처참한 도살 현장 가보니…다른 개 보는 앞에서 전기봉으로

입력 2021-07-09 09:05   수정 2021-07-09 10:28



초복을 이틀 앞둔 9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은 한국 개들이 어떻게 학대적으로 도살, 매매되는지 장기간 잠입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한국 개고기의 메카'라 불려온 성남 모란시장의 대형 건강원 2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업체가 파는 개들이 산 채로 조달 및 도살되는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도살장, 경매장, 농장까지 총 6개 업장을 직접 추적 및 감시했다. 조사 기간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약 8개월이다.

조사 결과, 성남 모란시장의 건강원들은 아직도 개를 직접 도살, 매매하며 성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내에서 공개적으로 개를 전시, 도살하는 시설이 성남시 주도로 사라진 지난 2018년부터 대외적으로 묘사되어 온 바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성남 모란시장에서는 여전히 시장 내로 산 개들이 운송, 매매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으며, 이들은 도살장으로 실려 가기 전까지 트럭에 실린 채 밤낮으로 죽임을 당했다. 도살된 개들은 사체 그대로 실려 와 모란시장의 가게 안으로 조달됐다.

조사 대상이었던 성남 모란시장 내 T, H 건강원은 그저 도살된 개의 사체를 조달받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를 불법적으로 도살 및 사육하는 ‘도살장'을 직접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도살장은 모두 경기도 여주시에 서로 인접해있으며, 도살은 인적이 드문 새벽 3시경 이뤄졌다. 약 두 달간 집중적으로 감찰한 바에 따르면 두 도살장은 한 번에 평균 10~30의 개들을 도살하며, T 건강원은 주 3~4회, H 건강원은 매일 도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 개들은 모두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1항의 1호(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2호(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위반하는 지극히 잔혹하고 학대적인 방식으로 도살됐다.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또는 죽어가는 개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강제로 감전된 개들은 전기봉이 입을 비롯한 몸 여러 군데에 닿을 때마다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강하게 몸부림쳤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20년 개를 전기봉으로 감전 시켜 죽인 도살자에 대해 동물보호법 제8조1항1호를 위반하는 ‘동물 학대'라는 전향적인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두 도살장의 개들은 도살되기 직전까지 공중 설치 사육장에 갇혀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 받거나, 그도 아니면 운송용 철망에 가득 우겨 넣어진 채 방치됐다. 몇몇 개들은 심각한 안과 또는 피부과 질환을 앓거나, 극도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로 인해 기립하지 못하는 증세도 보이고 있었다.

또한 도살된 개들의 출처와 생김새는 매우 다양하며, 일부는 목줄을 차고 있어 ‘반려견'(등록대상 동물)이었다가 유기 또는 매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동물해방물결의 조사 기간 중, 모란시장 내 건강원으로 직접 '반려견'을 끌고 와 팔아넘기는 '반려인'을 목격하기도 했다.

T 건강원은 전국 곳곳의 가정집, 공장, 상가 등에서 개들을 ‘쓸어 담기’ 방식으로 훔치거나 헐값에 사들여 경매에 부치는 불법적인 중간 유통경로인 ‘식용 개 경매장'(여주시 소재)에서, H건강원은 충청북도 음성에 위치한 대형(약 2000명 이상 규모) 개 농장에서 주로 도살할 개들을 공급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이번 조사는 정부와 국회가 부정 또는 방치해온 개 도살의 동물 학대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채증해 고발한 사례"라며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동물 학대 행위를 어떻게 근절할지, 정부와 국회는 개 도살 금지법 제정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여주시 지역 경찰과 함께 조사 대상지였던 두 곳 도살장을 급습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고발장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김도희 변호사·동물해방물결 법률 자문위원은 “그동안 개 도살 금지를 위해 여러 법이 고안됐지만, 현재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가장 확실하게 도살·식용·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자행되는 개 도살의 대부분이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법안은 ‘누구든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개 도살이 전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동물해방물결은 조사 과정에서 채집한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SNS로 확산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 영상에는 평소 비건을 지향하며 환경과 동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온 배우 임세미 씨가 내레이터로 참여하고, 반려견 흑미가 출연했다.

별도로 제작된 영문본 캠페인 영상에서는 미국 배우 킴 베이싱어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킴 베이싱어는 2019년 내한해 동물해방물결과 LCA가 주최한 복날 추모 행동 집회에 참여하는 등 한국 개 도살 금지를 위해 두 단체와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다.

더 자세한 조사 내용과 사진, 캠페인 영상 등 시각 자료는 동물해방물결 공식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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